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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는책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창비

by 책과노니는집 2020. 9. 29.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창비

 

'그때는 나를 붙드는 현실에서 격렬히
도망치다가

그곳에 다다랐을 뿐이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구병모 작가님의 너무도 유명한 '위저드 베이커리'

 

주인공 '나'는 16세 소년입니다. 

4년 전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 엄마에게 버림받고,

그 기억으로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결국, 엄마는 자살하고 아빠는 재혼을 합니다.

 

배 선생은 여덟 살 된 딸 무희를 데리고 왔고,

그렇게 갑자기 새엄마와 여동생이 생깁니다.

한때는 어머니라고 불렀지만

새어머니와의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초등학교 교사인 새어머니를
배선생이라 부릅니다.

나는 되도록 배선생의 눈에 띄지 않게 생활하려고

아침은 학교 매점 빵으로,

저녁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 먹습니다.

바쁜 아빠는 늘 부재중이고,

나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있는듯 없는 듯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빨래를 하려고 들어간 세탁실에서
빨래 더미 사이에서 다갈색 핏자국이 묻어있는 무희의 팬티를 보게 됩니다.
배 선생에게 누명을 쓰고
나는 집에서 도망 쳐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집을 나온 나는 숨을 곳을 찾다가 24시간 문이 열려있는위저드 베이커리로 들어가 도와달라고, 숨겨 달라고 합니다.
점장은 오븐 안에 나를 숨겨 줍니다.

 

알고 보니,그곳은 마법의 빵집이었고.
마법사인 점장과 낮에는 소녀로 변하는
파랑새가 운영하고 있어요.

나는 빵집에 얹혀사는 동안 마법의 빵집 홈페이지를 관리하게 됩니다.
이곳은 소원을 이루어 주는
빵을 만들어 팝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마법은
자기에게
그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이죠.

 

나에게 빵이란 '아픔'일 것 같아요.

 

6살 때 엄마는 청량리역에 나를 버리고,
엄마를 기다리던 나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대보름 빵'으로 허기를 달래며

엄마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대보름 빵을 맛있게 먹지만
모두 다 토해버립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나는
주변의 도움으로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없어졌으나
실종신고조차 하지 않았어요.
아버지에게 나는 그런 존재였던 거죠.
엄마는 그 후 여러 번 자살 시도 끝에
결국 나를 버려두고 죽고 맙니다.

 

배 선생과 살며  마주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랜 시간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면서
빵이라면 지긋지긋할 것 같아요.

 

가족 누구에게도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한 나.

'있고 싶을 때까지 있어도 돼'라는
말을 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점장과 파랑새로부터
따듯한 온기를 느끼게 됩니다.

"사람은 자기가 애당초 가져본 적이 없거나 
너무 일찍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품지 않는다."는
나의 말이 가슴이 아프네요.

 

어느 날 누군가로 빵집은 신고를 당하고 
마법의 빵집인 위저드 베이커리는
인간의 눈에 띄면 안 되기에
전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 됩니다.
점장과 파랑새는 이곳을 떠나야 하고,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살짝 열린 문 틈으로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됩니다.

무희를 탐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그동안 무희를 강간했던 사람은
아버지였던 거죠.

외출 후 돌아온 배 선생도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이성을 잃은 배 선생은 눈썹 칼을 들고
아버지에게 다가가다

"네놈이...... 다 네놈 때문에!"라며
나에게 달려들어요.
왜 나 때문인가요?
나는 그냥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함께 살았던 것 밖에 없는데..
이 집안엔 제대로 된 어른이 없네요. 에효,,,
순간, 나는 점장에게 받은
시간을 되돌리는 머랭 쿠키.

타임리와인더를 떠올리고.
먹으려 합니다.

 

결말이 두 가지인
독특한 구성이에요.

타임리와인더를 먹고
과거로 돌아간 Y의 경우.

먹지 않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N의 경우.

 

모든 선택은 그걸 선택한 자신이고
책임도 나에게 주어집니다. 

한번 선택한 것은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하죠.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선택이라는 과제를 깊게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어요.
빵 만드는 달콤한 이야기겠거니 하며
딸아이와 함께 읽었었는데
예상과 너무 다른 묵직함에
그리고 반전에 충격이었던 책입니다.
어른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더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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