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허블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남자는 노인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과학소설.
작가가 SF장르를 능숙하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화학과,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도였기 때문입니다. 93년생 젊은 작가 멋지네요. 과학도가 쓴 소설로 유명세를 탔죠. 표지만 봤을 땐 감성적인 시집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동안 많이 알려진 SF물들과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과학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많이 접해 보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SF하면 외계인들과 지구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어떤 이야기들, 우주로 가는 지구인들의 여정, 발달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
이 책의 내용들은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인간적인 이야기가 잘 녹아들어 있달까...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현재의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주된 내용 같아요.
책 제목과 같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미래의 상황이 나옵니다. 발달된 모습 이면에 미래 과학 발전을 위해 많은 업적을 이루어내면서도 자신의 가족들은 다른 우주로 보내고 따라가지 못해 남겨진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옵니다. 인류를 위해 노력하지만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강요당하고 보상도 받지 못하고 너무 외롭고 쓸쓸한 안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듭니다. 안나 할머니의 마지막 선택이 누군가는 무모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과학 무식자 이다보니 중간중간 나오는 과학용어들이 어려웠어요. 그 용어들 몰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긴 했지만 과학용어 설명 부분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과학 무식자의 바람? 아쉬움? 이 남네요.
<공생 가설>은 와! 이런 일이 현실이라면 어쩌지 하고 너무 무섭기도 하고 상상력에 감탄도 하며 읽었습니다.
<관내 분실> 중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는 엄마만의 방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문득, 우리 집에 나만의 공간은 있던가? 돌아보게 되었네요.
<스펙트럼>은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소식을 얼핏 들은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김초엽 작가를 왜 그리 칭찬하나 했더니 기존의 과학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은 기술적인 면이나, 가까운 미래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신기함들이 더 높았다면 그와 다르게 인물들의 상황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면의 메시지에 더 집중이 된다는 것 같아요. 스토리가 좀 갑작스럽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단편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과학소설은 너무 이성적이고 차가운 느낌이라 취향이 잘 맞지 않아 선호하진 않는 편인데 이 소설은 인간적이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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